왜 어떤 동기는 오래가고, 어떤 동기는 사라질까?
우리는 신년마다 ‘금연’, ‘다이어트’, ‘독서 20권’ 등과 같은 목표를 세우지만, 1달이 채 되지 않아서 그 목표에 대한 실천은 흐릿해져가곤 한다. 목표가 너무 추상적이라거나, 어떻게 실천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거나, 혹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울 과한 목표인 것이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태스크를 잘게 쪼개어 잘 관리해가다가도, 어느 순간 그 목표가 나에게 압박감을 주는 존재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이럴 때 ‘의지’나 ‘게으름’의 문제로 그 원인을 돌리곤 한다. 어쩌면 자신이 이토록 게으른 것을 과소평가했다며, 다음엔 훨씬 더 낮은 수준의 목표를 잡거나 아예 신년 목표 세우는 것을 그만 두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실제 경험은 보다 복잡하다. 같은 목표더라도 외부 보상이나 압박으로 시작한 것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힘을 잃기도 하고, 과정이 다소 번거롭고 어떤 별도의 보상이 없어도 계속하게 되는 활동도 있다.
이렇게 어떤 일을 하는 것의 ‘동기’의 지속과 변화에 대해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은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여기서 ‘외재적 동기’는 사회적 시선, 돈, 명예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행동의 원인을 의미한다. 즉, 활동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부터 분리된 결과를 얻기 위해 행동하는 경우다.
*내재적 동기:어떤 활동을 외부 보상이나 처벌 때문이 아니라, 활동 그 자체의 흥미와 만족 때문에 수행하는 상태
*외재적 동기: 어떤 활동을 그 자체의 흥미 때문이 아니라, 보상 획득이나 처벌 회피 등 활동과 분리된 외부 결과를 얻기 위해 수행하는 상태
자기결정성 이론의 핵심 개념
자기결정성 이론은 1970년대 Edward Deci와 Richard Ryan이 제안한 ‘동기이론’으로, 인간을 단순히 보상에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고 통합하려는 경향을 가진 존재로 전제하며 인간의 행동을 설명한다.[Deci & Ryan, 1985; Ryan & Deci, 2000]
그들이 제시한 핵심은 세 가지 기본 심리 욕구인 ‘자율성’, ‘관계성’, ‘유능감’이다.
1) 자율성(Autonomy)
자율성은, 행동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인식하는 상태를 말한다. 외부 요구를 따르더라도, 그 요구를 스스로 수용했다고 느끼는지가 중요하며, 이때 “내가 결정했다”는 감각이 강할수록 행동은 의무가 아니라 자기 일관된 선택이라고 느끼게 된다.
2) 관계성(Relatedness)
관계성은 타인과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존중받고 있으며, 소속되어 있다는 감각이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인 만큼, 이 욕구가 충족될수록 외부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행동을 지속하기 쉬워진다.[Baard, Deci, & Ryan, 2004]
3) 유능감(Competence)
유능감은 환경에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체감을 뜻한다. 적절한 도전과 피드백이 있을 때 유능감이 강화되며, 실패 경험도 성장 자료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커진다.[Deci, Vallerand, Pelletier, & Ryan, 1991]
이 세 가지 욕구가 함께 충족될 때, 인간은 외부 통제 없이도 행동을 지속하는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로 이행한다.[Ryan & Deci, 2000] 이 이론의 핵심은 인간이 본래 성장과 통합을 지향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 특정한 심리적 조건(위의 3요소)이 충족될 때 내재적 동기가 자연스럽게 발현된다는 점이다.
동기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다
자기결정성 이론이 제시하는 중요한 통찰은, 동기는 단순한 강도가 아니라 그 뒤에 깔린 심리적 구조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이다.[Ryan & Deci, 2000] 사람은 동기가 없어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기본 심리 욕구가 지지되지 않을 때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 심리 욕구 중 하나인 자율성이 억압되면 행동은 “해야만 하는 의무”가 되고, 관계성이 약화되면 행동은 고립된 개인의 수동적 선택처럼 느껴지며, 유능감이 결여되면 행동은 무력감과 실패 경험으로 전환되기가 쉽다. [Deci, Vallerand, Pelletier, & Ryan, 1991]
반대로, 이 세 욕구가 동시에 충족되면, 처음에는 외부에서 시작된 행동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의 가치와 일관된 선택으로 내면화된다.[Deci & Ryan, 1985] 즉, 어떤 행동의 지속성은 개인의 의지력 하나에서 발생한다기 보다는, 심리적 욕구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에 대한 구조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환경에 따라 동기는 달라질 수 있다
자기결정성 이론은 동기를 이분법(“내면 동기 vs 외면 동기”)으로 나누지 않고, 무동기 → 외재적 동기 → 내재적 동기로 이어지는 연속선 위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Deci & Ryan, 1985] 외재적 동기에는 외부 보상·벌, 타인의 인정, 규범·기대에 순응하려는 동기가 모두 포함되며, 여기에서 행동의 이유는 외부에 위치한다.[Deci, Vallerand, Pelletier, & Ryan, 1991]
그러나 외부에서 시작된 행동이라도, 개인이 그 활동이 의미 있다고 인식하고, 인간관계나 성장과 연결되도록 해석하면, 점차 자율적이고 내재적 동기로 전환될 수 있다. 이 내면화 과정이 가능하려면 자율성, 관계성, 유능감이 함께 충족되어야 하며, SDT는 이 지점에서 “어떻게 하면 개인의 심리적 구조 안에서 세 가지 기본 욕구를 동시에 지지할 수 있는가?”라는 핵심 질문을 던진다.[Ryan & Deci, 2000]
한편, 내재적동기에서 시작한 일이더라도, 자율성을 해치는 환경에서는 내재적 동기를 직접적으로 약화시킨다. 연구에 따르면 보상, 마감, 감독, 평가와 같은 외적인 처벌 / 평가는 활동에 대한 자발적 흥미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1], 내재적 동기에서 시작한 일도 외재적 동기로 초점이 이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맥락에서 제시된 개념이 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다. 원래 흥미로 수행하던 활동에 외적 보상이 체계적으로 결합되면, 개인은 자신의 행동 원인을 ‘재미’가 아니라 ‘보상’으로 재해석하게 된다. 그 결과, 보상이 제거된 이후에는 초기보다 더 낮은 수준의 자발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다수의 메타분석에서 보고되었다[2]. 이는 보상이 항상 해롭다는 뜻이 아니라, 보상이 통제의 신호로 작동할 때 자율성을 잠식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개인을 탓하기 보다 내재적 동기를 위한 구조를 점검하자.
결국 내재적 동기를 갖기 위한 핵심 조건은 ‘더 강한 의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이 보호되고 유능감이 안정적으로 축적되며 관계성이 유지되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다. 흥미가 사라진 개인을 문제 삼기보다, 그 흥미가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
자기결정성이론이 제시하는 통찰은 명확하다. 동기의 지속 여부는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맥락의 설계 문제에 가깝다. 위의 세 가지 심리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본인에게 가장 쉬운 실천법과 환경을 만든다면 매년 실패하는 신년 목표도 내 손안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1] Deci, E. L., & Ryan, R. M. (1985). Intrinsic Motivation and Self-Determination in Human Behavior. Plenum Press.
[2] Deci, E. L., Koestner, R., & Ryan, R. M. (1999). A Meta-Analytic Review of Experiments Examining the Effects of Extrinsic Rewards on Intrinsic Motivation. Psychological Bulletin, 125(6), 627–668.